테스토스테론 남성, ‘테토남’의 등장과 그 사회문화적 의미
-- 신체, 정체성, 그리고 시대가 만들어낸 남성상
최근들어 '에겐남'과 '에겐녀'가 유행하고 있다. 없는 개념을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재규정한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언어를 새로운 관점을 만들기 때문에 이 단어를 좀더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필자는 먼저 '테토남'이란 단어가 가즌 의미를 파악하고 사회적 현상을 짚어 보려고 합다.
1. 서론: ‘에겐남’과 대립하는 새로운 남성상, ‘테토남’
현대 사회는 남성상에 대한 다양한 상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있다. 2010–2020년대 초반까지 유행했던 남성상은 흔히 '에겐남'이라 불린다. 이는 부드러운 감성, 섬세한 외모, 공감능력과 표현력을 중시하는 남성의 이미지를 뜻하며,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에반게리온의 신지(에겐)처럼 섬세한 내면을 가진 캐릭터에서 유래된 표현이다. 이러한 남성상은 많은 여성 소비자에게 감정적 교류의 대상을 제공해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이와 대립되는 이미지의 남성상이 등장하며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테토남'이다. 테토남은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과 '남성'을 결합한 신조어로, 강한 남성성을 기반으로 한 외형과 행동 특성을 지닌 남성을 뜻한다. 근육질의 몸, 낮은 목소리, 강한 리더십과 추진력, 그리고 남성적인 결단력을 이상화하는 이 이미지의 부상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사회적, 심리적, 문화적 요인을 반영한 하나의 상징적 흐름으로 볼 수 있다.
2. 테스토스테론과 남성성의 사회적 상징화
테스토스테론은 대표적인 남성 호르몬으로, 근육 발달, 성적 기능, 경쟁심, 집중력, 신체 회복력 등에 영향을 미친다. 생리적으로는 체모 증가, 낮은 음성, 체지방 감소와 같은 특징을 드러내며, 이는 종종 전통적인 의미의 '남성다움'과 연결된다. 여성성이 강조되는 최근의 상황에서 마초적 성향이 강한 테토남의 등장은 기이하다.
현대 사회에서 테스토스테론은 단순한 호르몬이 아니라, '능력 있고 추진력 있는 남성'이라는 이미지로 상징화되며, 몸을 단련하고 무언가를 통제하는 능력과 직결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헬스 커뮤니티에서는 '남자라면 데드리프트 200kg', '진짜 남자의 삶', '테스토스테론 높이는 식단' 등의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되며, 테토남은 디지털 공간에서도 강력한 자기 이상형으로 자리 잡았다.
3. 테토남의 부상 배경: 사회적 맥락과 세대적 욕망
(1)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회복 욕망
코로나19 이후 회복과 회생에 대한 욕망은 몸과 건강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졌다. 체력 저하, 우울감, 생산성 저하를 경험한 많은 사람들은 헬스와 운동을 통해 자신의 컨디션을 되찾으려 했고, 그 결과 '몸짱', '근육질', '강한 남성성'이 새로운 자기계발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점에서 기존의 마초남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다.
(2) 부드러운 남성상에 대한 피로감과 반작용
오랫동안 감성적이고 공감 능력 있는 남성상이 인기를 끌었지만, 일부 남성들은 그 흐름을 '유약함'이나 '결단력 부족'으로 인식하며 반발했다. 이들은 남성다움의 기준을 다시 설정하며, 단단한 몸과 추진력을 중시하는 테토남의 이미지를 추구하게 되었다. 남성의 여성성의 강화는 현대 사회에서 남성이 원시시대처럼 굳이 근육이 필요 없고, 대인관계가 좋은 부드러운 남성상이 강조 되었기에 이러한 반동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3) 알고리즘이 만든 이상형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몸 좋은 남성', '강인한 리더십', '고성능 남자'를 끊임없이 추천하며, 테토남 이미지의 반복 소비를 유도한다. 이는 테토남의 정체성이 단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욕망과 알고리즘이 만든 결과물임을 알 수 있다. 일종의 남성성의 회복이라는 인식이 번지자 알고리즘이 간파하고 더욱 강화 시켜준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4. 여성성의 다양화: 테토녀와 에겐녀의 공존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남성상의 다변화가 여성상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여성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구도가 존재한다.
- '테토녀'는 강한 체력과 자기주도성을 갖춘 여성으로, 크로스핏, 웨이트 트레이닝, 자기계발과 목표 지향성을 강조한다. 독립성과 성취 중심의 삶을 선호하며, 체력적 우위와 추진력을 자산으로 삼는다.
- 반면, '에겐녀'는 감성적이고 내향적인 성향, 예민함과 섬세함을 자산으로 삼으며, 감정 공유와 소통을 중시한다. 이는 과거 일본 서브컬처에서 형성된 여성 캐릭터와 닮은 특성이 많다.
결국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양극단적 이미지가 동시에 소비되고 있으며, 이들은 사회적 요구와 개인의 취향, 이상화된 젠더 이미지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5. 테토남과 젠더 담론: 환영과 경계 사이
(1) 자기계발의 대상으로서 테토남
많은 남성들은 테토남이라는 개념을 통해 목표를 시각화하고, 노력의 결과를 체화할 수 있는 구체적 대상으로 여긴다. 체중, 근육량, 데드리프트 중량 등은 수치화 가능한 지표로 기능하며, 불확실한 사회 속에서 통제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자아상을 만든다.
(2) 비판적 시각: 유독성 남성성과 배타성
하지만 모든 테토남이 건강한 남성상인 것은 아니다. 경쟁적이고 공격적인 특성이 강화될 경우, '유독성 남성성(toxic masculinity)'으로 이어질 위험도 존재한다. 감정 표현의 억제, 상대에 대한 지배 욕구, 약자에 대한 무시 등의 행동은 부정적 사회 구조를 재생산할 수 있다.
또한 '강한 남성'만이 가치 있는 존재로 여겨질 경우, 다양한 정체성과 신체적 특성을 가진 남성들을 소외시키는 결과도 낳을 수 있다.
(3) 여성의 시선과 복합적 반응
여성들은 테토남에 대해 양가적인 반응을 보인다. 한편으로는 '든든하다', '신뢰 간다'는 긍정적 인식이 있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마초스럽다', '감정적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이는 곧 여성들도 단순히 한 가지 남성상에 고정되어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6. 결론: 테토남은 현상 그 이상이다
테토남은 단순히 유행하는 외모나 취향을 넘어, 우리 사회의 욕망과 불안, 성 역할의 변화, 그리고 기술 환경의 영향을 모두 포함한 하나의 상징적 결과물이다.
그것은 근육과 리더십으로 표현되는 남성성의 재구성이고, 동시에 기존의 유약하고 부드러운 남성상에 대한 반작용이며, 또한 자기계발과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개인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그리고 테토남은 여성성의 다양화와도 맞물려 있다. 테토녀와 에겐녀의 공존처럼, 테토남과 에겐남도 양극단의 이미지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방식과 성 정체성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한 이정표로 삼아야 한다.
결국,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이미지 자체가 아니라, 그 이미지가 생겨나는 배경과 그것이 담고 있는 사회적 무의식이다. 테토남은 지금 이 시대가 바라는 남성상이라는 거울이자, 또 하나의 질문이다. 우리는 과연 어떤 인간상을 원하는가?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울림, 그대 떠나는 날에 비가 오는가 (0) | 2023.05.28 |
---|---|
산울림 회상, (0) | 2023.05.28 |
댓글